우리는 여전히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며 미·중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너무 비싸고, 중국 주식은 바닥인데 지금 중국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가격만 보면 중국 주식시장이 아주 매력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식 가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요?
진짜 중요한 건 ‘싸냐 비싸냐’가 아니라 ‘왜 그 가격이 매겨졌는가’입니다.
싸지만 대체될 수 있는 것 vs 비싸도 대체 불가능한 것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성장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심지어 전기차까지—중국 제품은 저렴합니다. 하지만 이 싸다는 것이 항상 경쟁력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브랜드 냉장고가 인건비가 올라 원가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베트남에서 만든 LG나 삼성의 냉장고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가격이 핵심 경쟁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을 보십시오. 코카콜라,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비자, 마스터카드… 이들의 공통점은 '브랜드 파워'와 '신뢰'입니다. 코카콜라의 원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소비자는 여전히 코카콜라를 선택합니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은 줄을 서서 구매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나 윈도우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용 인프라입니다. 경쟁 제품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따라갈 수 없는 품질 차이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유지됩니다.
그런 상품, 그런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자산입니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세계 소비자들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싼 것에는 싼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미국 제품은 이동 가능하지만 미국은 대체 불가능하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벌이며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즉, 공급처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처인 미국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전 세계는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돈이 움직이고, 무역은 달러를 통해 거래됩니다. 이 시스템은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지만, 그 공장이 미국이 없는 상태에서 가동되긴 어렵습니다. 반도체만 봐도 미국의 기술과 장비, 설계가 없다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나 램리서치 같은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없이 컴퓨터는 ‘검은 화면’일 뿐입니다.
비싸도 사야 하는 이유
워렌 버핏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좋은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 주식시장에는 언제나 싼 종목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생존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싸구려 쇼핑’은 결국 더 큰 손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면서, 일본 주식은 미국 주식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 투자한 일본 투자자는 지금도 승자입니다. 반면 일본에만 투자한 사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싸다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지는 자산’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의 프리미엄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포함된 비즈니스의 질, 시장지배력, 대체불가능성 등에서 나옵니다.
질적 성장과 신뢰의 경제
중국은 분명 물리적인 GDP 수치로는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 미국을 대체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법률 시스템, 회계의 투명성, 주주의 권리 보호 등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시장입니다. 투자란 결국 신뢰입니다. 아무리 싸도 불투명한 시장에 돈을 오래 묶어두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소비자가 왕이다, 미국이 왕이다
세계는 여전히 미국이 만든 브랜드를 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소비력이 강한 국가가 미국이고, 전 세계가 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바뀌려면 수십 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그조차도 불확실합니다. 결국 ‘소비자 우위 경제’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소비자 국가인 미국의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결론: 싸다고 덥석 물지 마라
지금 중국 주식은 분명 저렴합니다. 하지만 그 가격이 저평가인지, 아니면 그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브랜드 가치, 기술력, 시장 신뢰도, 법적 안정성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때, 미국 주식은 비싸 보일지 몰라도 ‘살 만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엔 더욱더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기업, 시간이 지나도 대체되지 않는 브랜드, 글로벌 경제 흐름에서 꼭 필요한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미국 주식입니다. 프리미엄을 감수하더라도, 그 프리미엄은 결국 당신을 지켜줄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창업 vs 스타벅스 투자 (3) | 2025.05.13 |
---|---|
비트코인 안사고 주식사면 바보? (2) | 2025.05.11 |
워렌 버핏의 마지막 경고 (4) | 2025.05.09 |
대한민국 장기침체 가능성 (0) | 2025.05.08 |
원화 강세는 일시적이다 (2) | 202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