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아쉽지만 한국보단 미국에 투자해야

donnenaa 2025. 4. 23. 18:31

한국주식의 매력과 한계, 그리고 미국 주식의 독보적인 힘

한국 주식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훌륭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한화오션, LG화학, 에코프로비엠, HD현대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과 품질, 효율성을 갖춘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죠. 이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 석유화학, 정유 산업 등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이며 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의 ‘믿음’과 ‘확신’이라는 관점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경제적 혜자(economic moat)’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이 특별한 이유: 독보적인 존재감

미국 주식시장, 특히 S&P500에 속한 대표적인 기업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그 회사가 없으면 일상이 불편해지거나, 다른 대체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안드로이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수많은 탄산음료 중에서도 콜라 하나만을 고집합니다. 맛의 차이라기보다 '경험의 차이'로 소비되는 브랜드입니다.
  • 스타벅스는 커피 이상의 무엇입니다. 그 공간, 그 향기, 그 문화가 브랜드를 압도적인 위치로 끌어올렸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와 윈도우는 거의 공공재 수준입니다. 이들의 제품이 없으면 글로벌 업무 환경 자체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 **엔비디아(NVIDIA)**는 AI 시대의 필수 하드웨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메타 같은 기업들은 각각 독보적인 플랫폼, 생태계,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넘어선 ‘의존성’을 만들어냅니다. 이 기업들이 사라지면 관련 산업은 심각한 공백 상태에 빠질 정도입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확실하지만…

반면 한국 기업들을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뛰어나지만, TSMC, 인텔, 마이크론 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 현대차는 가성비가 뛰어나고 디자인도 좋아졌지만, 테슬라 포르쉐, BMW처럼 ‘브랜드 자체로 감성을 자극하는 힘’은 아직 부족합니다.
  • 한화오션, HD현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강자들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이 산업은 특성상 초과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 SK하이닉스 또한 훌륭한 메모리 반도체 회사지만, 시장이 공급과잉에 민감한 산업이다 보니 ‘독점’의 힘보다는 효율성과 비용절감 경쟁으로 살아남는 구조입니다.

요컨대 한국 기업들은 ‘살아남는 데 강한 기업’이지, ‘없으면 산업이 멈추는 기업’은 아닙니다. 이 차이가 바로 투자에서 비중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경쟁력이 아닌 ‘독점력’이 주는 신뢰

개인 투자자로서 중요한 점은 ‘이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익을 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확신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더라도, 경쟁사들이 넘쳐나고 언제든 시장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다면 투자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비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코카콜라 등은 경쟁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장기적인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 압도적인 시장지배력, 브랜드 충성도는 투자자에게 가장 큰 혜자입니다.


결국 투자란 ‘확신의 크기’다

한국 주식에 대해 회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기업도 많고,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는 투자자로서 ‘확신의 크기’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합니다. 미국 주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단지 수익률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기업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기 때문입니다. 그 확신이 결국 장기 투자의 근간이 되며,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한국 기업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앞으로도 더 잘해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 등 많은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죠. 계속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없으면 안 되는 기업’, 즉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에 더 확신이 생기고, 그런 기업에 더 오래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기업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과 시장이 발전하면, 그 혜택은 한국 기업에게도 돌아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고,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기업이 잘 되면 한국 기업도 같이 잘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 투자하면서도, 한국 기업들도 더 강한 브랜드와 팬덤을 만들어가며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성장하길, 그리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확신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