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결국엔 달러 강세로

donnenaa 2025. 5. 25. 06:14

아이러니한 원화 강세, 그 속에 숨은 트럼프와 국민연금의 그림자

최근 환율 시장에서는 다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를 터치하며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낮고, 한국의 경제 지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아이러니한 원화 강세 현상의 배경과 그 의미,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트럼프의 ‘달러 약세 압박’과 원화 강세

우선 시장에서 주목하는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환율 압박 발언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부터 달러 강세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으며, 이번에도 한국, 일본, 중국 등 수출 강국들을 향해 통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미국 내 공장이 돌아오고,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선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하고, 상대국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원화나 엔화, 위안화가 비싸지면 상대적으로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해 공장을 짓게 될 것이란 논리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 일각에서는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는 미국이 일본과 유럽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사건입니다. 트럼프가 이를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경제 구조는 제조업 중심이 아닌 서비스 기반 경제입니다. 강달러 덕분에 미국은 해외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었고, 이는 물가 안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게다가 높은 금리와 강달러 환경 속에서 전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죠. 이처럼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의 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환율 압박은 실질적인 ‘달러 약세 유도’라기보다는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과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앞서 환율을 지렛대로 삼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2. 두 번째 이유: 국민연금의 달러 매도, 원화 매수

두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국민연금의 자금 흐름입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부 차익 실현을 한 뒤, 원화로 환전하여 국내 증시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코스피가 미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방어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국민연금이 대규모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수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원화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환율은 하락(원화 강세) 압력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수익 실현 차원인지, 아니면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은 엄밀히 말해 국가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꾸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지는 않습니다. 그저 일시적인 수급의 흐름을 만들어낼 뿐이며, 외환시장 전체를 장기적으로 지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원화 강세가 계속 유지되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 원화 강세, 지속 가능한가?

핵심은 결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입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외국 자본이 한국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국 경제가 미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거나, 더 높은 금리 매력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물가상승률은 낮아 금리를 더 올릴 필요도 없고, 경제 성장률도 둔화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수출 부진, 소비 위축 등 여러 지표들이 아직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 자금이 장기적으로 머물 이유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의 원화 강세는 펀더멘털의 뒷받침 없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르면 몇 개월, 늦어도 수년 안에는 다시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의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유럽이나 일본이 여전히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달러의 매력은 여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처럼 지금의 원화 강세는 다소 비정상적이며,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든 기업이든 환율의 일시적 흐름에 휘둘리지 말고 중장기적 시야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해외 자산 비중 조절: 원화 강세일 때는 해외 자산을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이나 해외 ETF 등 장기 투자 관점에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합니다.
  • 환 헤지 전략 고려: 수출입 기업이나 외화 수익이 있는 경우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환 헤지(선물환, 통화 옵션 등)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국내 시장 판단 신중히: 국민연금 등 국내 유입 자금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버티는 듯 보일 수 있지만, 펀더멘털 개선 없는 반등은 언제든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맺으며

환율은 수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민감한 경제 지표입니다. 단기적인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흐름과 장기 트렌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트럼프의 발언, 국민연금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까지… 지금의 원화 강세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너무 신뢰하기엔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냉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