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국영수 학벌 시대는 끝났다

donnenaa 2025. 5. 19. 05:52

 

이제는 ‘진짜 공부’가 필요한 사회

“교육은 최고의 투자다.”
이 말만큼 한국 사회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한국은 자연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석유도 없고, 금속 자원도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성장 동력은 오직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교육을 선택했고, 그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한 가정의 전 재산을 자식의 학비에 몰아넣기도 했고, 온 가족이 뒷바라지하면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대학에 가는 걸 소망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산업 선진국이 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세계는 이 기적을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고, 그 중심에는 바로 교육이 있었습니다.

‘공부하면 성공한다’던 시절의 추억

한 세대 전만 해도 ‘공부 잘하면 출세한다’는 믿음은 너무도 강력했습니다. 1960~80년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으면 ‘상류층’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죠. 당시 대학교를 나왔다는 건 엄청난 스펙이었고, 졸업장 하나로 공무원, 대기업, 교사 등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정은 자신들이 못 이룬 학업을 자녀를 통해 이루려 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도 그 꿈을 좇았습니다. ‘서울대만 가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을 믿고,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교육률과 문해율, 대졸자 비율에서 세계 최상위권 국가가 되었죠.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시대

하지만 지금은 그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희소한 경쟁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대졸자인 사회에서, “대학교를 안 나왔다”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고학력의 대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문제는, 학력은 높아졌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릴 수 없는 청년들, 스펙을 쌓고도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들, 대기업이나 사무직만 바라보다 구직 활동에서 낙오되는 수많은 젊은이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부가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청년은 넘치고, 일할 사람은 부족하다?

아이러니한 현실이 있습니다. 한국은 청년 실업률이 높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단순 노동이나 3D 업종(Dirty, Dangerous, Difficult)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즉,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모두를 ‘백색 칼라’로 키워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전공을 살린 고소득 직업을 지향하게 만든 결과, 육체노동이나 기술직, 현장직은 기피 대상이 되었고, 학벌 중심의 사회는 그 간극을 더욱 벌려놓았습니다.

왜 아직도 우리는 ‘학벌’을 좇을까?

지금은 고학력자가 넘치는 사회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대학을 나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조선시대 과거 시험 문화의 잔재
    한국은 유교 문화권 국가로, 과거 시험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학문과 시험을 통한 성공은 수백 년 동안 우리 사회에 ‘출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압축 성장기의 학습 효과
    1970~80년대 한국은 고도성장을 이뤘고, 이 시기 대학 졸업장은 곧 고소득과 안정된 삶을 의미했습니다. 이 경험을 가진 부모 세대는 지금도 자녀에게 “대학만 잘 가면 된다”고 조언합니다.
  3. 체면 문화와 비교 경쟁
    한국 사회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남들 다 가는데 안 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심리, 그리고 ‘대학 이름’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교육에 반영됩니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중요하다

공부는 분명 좋은 것입니다. 지식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이해하게 합니다. 문제는, 남을 의식한 공부, 하기 싫은 공부, 나와 상관없는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전공에 흥미가 없고, 졸업 후에도 관련 분야로 취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스펙’ 하나 더 만들기 위해, 학점 하나 더 받기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붓습니다.
이런 교육이 과연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진짜 공부는 궁금함에서 시작된다

공부는 자기 안에서 우러나오는 동기가 있을 때 가장 잘 됩니다. 내가 궁금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공부가 바로 ‘진짜 공부’입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런 공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존처럼 정답을 외우고,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 방식은 AI보다 경쟁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복잡한 사회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의 목적이 바뀌어야 합니다.
‘좋은 직장’이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력서’가 아니라 ‘자기 삶의 방향’을 위해
공부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 이제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야 할 때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인생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공부 잘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다만, 그 공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
그런 사회가 진짜 교육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아닐까요?